리뷰 - 방황의 기술
내 삶은 방황중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어버렸다. 사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잊어버렸다. 그런데 마음이 잊으니 삶에 원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머리로는 해야겠다 해야겠다 했지만 도통 실천이 되질 않는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중, 솔로가 되어 텅텅 빈 주말을 도서관에서 홀로 헤매다 차분한 파란색 커버와 제목으로 방황중인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 머리는 거부했지만 마음이 덥썩 집어버린 책, 방황의 기술이다.
세상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이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두리뭉실하고 막연한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절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방황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책이 아닌, 방황을 장려하고 시작하게 하려는 책인 탓이다. 하지만 두리뭉실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나를 더 설래고 기대하게 한다. 절대 아무렇게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세상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이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술술 대답해 줄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며 내 가슴 조차 뜨거워진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것인데, 나는 어떤 고민을 멈출 수 없었던 걸까. 바로 왜 그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질문들을 던져 자연스럽게 방황을 시작하게끔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그 질문들에 대해 답할 때 필요한 것들(용기, 편견 버리기, 이분법적 사고, 열린 마음), 답을 내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실천의 중요성, 끊임 없는 사색)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겐 용기와 끊임 없는 사색이 부족했다. 이는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겠다.
많은 사람들이 방황이 시작되면 불안에 떨며 어서 그 상황이 끝나길 기대하지만, 사실 방황 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길을 잃어버림으로써 약간의 시간이 지연될 순 있어도, 이로 인해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는 무한한 인접가능성이 열린다. 헤매고 넘어지고 긁히고 다치면서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며, 한 곳만 보고 달리며 놓쳤던 주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게 될 수 있다. 결국 방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것에 대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당연 나에겐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을을 탐구하는 과정”이고, 이는 좋냐 나쁘냐를 떠나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인간에게 방황은 선택 아닌 필수다. 이런 방황을 여행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삶이 죽음이라는 일상 속에 주어진 세상과 나라는 존재로의 특별하고도 단 한번 뿐인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느 여행처럼 우린 다시 일상(죽음)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이런 체험의 기회를 기회인지도 모르고 그냥 던지기엔 너무 아깝다. 이제 그만 불안감을 덜어내고, 이 책을 청바지 뒷짐에 꽂고(하드커버라 힘들겠지만) 용기와 열린 마음으로 방황을 시작하자. 아니 여행을 시작하자. 두려움과 불안 대신 설렘과 기대를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