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변신이야기 1
아버지로부터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소리를 귀딱지 지게 들어 왔었다. 고전은 검증된 문학으로 시대가 지나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어쩌구 저쩌구… 난 그게 틀에 박힌 생각이라며 마음 한편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지만 고전 한 편을 읽어본 이후로 고전은 내 독서목록의 최우선순위로 올라갔다. 항상 미루고 미루다 민음사의 문학전집의 넘버 원 변신 이야기 1권을 빌려 왔다.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일 부분들만 알고 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조가 이 책이었던가. 읽는 내내 작가의 단순하고 직설적이면서도 빨아들이는 마력적인 필력에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신화속 천지 창조에서부터 신과 인간의, 인간과 신의 얼키고 설킨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다가도 슬픔에 눈시울을 붉히거나 안타까움에 무릎을 치고 있다.
또한 이곳 저곳에 퍼져 있던 지식의 파편들이 한 곳에 모아지면서 아 이렇게 해서 헤르메스가 태어났구나, 메두사는 이렇게 뱀의 머리를 갖게 됬구나를 알게 되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이 기억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간의 필멸성과 신의 불멸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비극과, 신들 스스로 자신들이 세운 규칙에 의해 화를 당하는 어리석음 속에 나타나는 인간성, 그리고 인간과 같은 모정 부정 애정 질투심 격노를 가지는 신들의 모습 또한 즐거움이었다. 한편으로는 인간을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서 학살하고 조종하고 우롱하는 모습은 화를 일으키게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행하고 있는 것도 피차일반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바로 부끄러워 지기도 했다.
태양의 신 아폴로의 태양수레를 끌려다 파멸에 다다른 파에톤은 혹시 나도 후에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끔 만들었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제시하는 여러 동식물들의 존재설은 독창적이고도 흥미롭고 재미 있었다.
이렇게 재밋는 책이기도 했지만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복잡한 이름의 새로운 인물들 때문에 읽는 내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특히 신들 사이의 복잡한 친척관계와 신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신인관계는 그냥 그것에 대해 명쾌하게 아는 것에 대해서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한 인물의 여러 다른 이름들은 스토리의 복잡도를 2^n 승으로 가중 시키는 듯한 환상을 보였다.
낯설고도 낯익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세계 속을 실감나게 체험하다 온 기분이다. 아직 2번째 권이 남았는데 솔직히 손 대기가 겁난다. 1권을 읽는데 꼬박 7시간이 넘게 걸렸고 다시 또 그 복잡한 엉킨 관계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 머리가 아파질까봐서 이다. 그래도 이제는 좀 더 적응 했겠지 생각하고 들어 볼련다. 신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펼쳐질 희노애락의 레일을 달리는 기차위로 몸을 실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