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독서 계기
언제부터인가 세월을 오래 머금은 책들이 끌리기 시작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살아남은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믿음이 간달까요. 그래서 또 아버지 서재에서 책 한 권을 집어왔습니다. 제목은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이것은 필립 체스터필드라는 영국의 훌륭한 정치가가 아들에게 보낸 실제 편지를 엮어서 만든 책입니다. 권오갑씨에 의한 번역본은 220여 페이지에 달하는데 그 방대한 양에 저는 놀랍니다. 아버지가 이렇게 애정 깊고 지극한 편지를 아들에게 보내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물론 사랑의 표현 방법은 다르기에 다른 아버지들에 비해 이 분의 자식 사랑이 더 지극하다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대단한 사랑임에는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틀림 없습니다.
풍요로운 저자의 삶과 자세
이 정치가는 인생을 참 풍요롭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인생을 보람있고 의미있게 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짙습니다. 그랬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던 삶의 지혜들을 발견하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고 쌓아 이렇게 아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저자의 자세가 아닐까요.
소중한 젊음에 대한 교훈
먼저 체스터필드는 아들에게 젊을 때에는 인생의 기반을 잘 닦아 놓기 위해서 자기 향상을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하라고 말합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우리는 젊을 때 노력하여 인생의 기반을 잘 닦아 놓아야 합니다. 순간의 소모적인 쾌락을 위하여 인생 전체를 기울게 하는 것은 지혜로운 행위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회적 활동을 뒤로 미루고 홀로 골방에 박혀 책만 파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좀 더 가치있는 쾌락을 추구하라는 것이죠. 술을 마시고 이성과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춤이나 기타를 배우고 독서 토론에 참여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그럴 때 그것이 젊음과 맞물려서 더 지속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쾌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글쓴이에 살짝 동의를 해 봅니다.
가볍지 않은 유쾌함을 갖추어라
저자는 또한 자신만의 위엄을 갖추라고 말합니다. 유쾌하되 가볍지는 말고, 시시덕 거리기 보다는 언행을 무겁게 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가끔 친구를 만들거나 특정 잘나가는 무리에 들어가기 위하여 비본질적인, 어색한 노력을 하곤 합니다. 상대가 말할 때마다 배시시 웃는다거나 유쾌함을 조작하기 위해 웃음소리를 과장한다던가 말입니다. 그 것이 피상적으로는 나를 그 사람들과 어울리게 만들어도, 그것은 “내”가 아닌 그런 비 본질적인 요소만이 인정받을 뿐이죠. 그 보다 본질적인 내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품격과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론
그 외에도 정말 귀중한 내용의 많은 지혜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10대 후반의 아들에게 쓴 편지이기에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지만 그 말하는 본질은 깊으며, 동시에 아버지의 위엄과 품격과 사랑을 느낄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것에 대해서 아주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옛 책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커져만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아주 미묘하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도 커져만 갑니다. 그러기에 세월이 지날수록 이런 옛 책들이 빛이 나는 것이겠지요.
한 번 읽고 놓을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곁에 두고 마음이 또 동한다면 몇 번이고 꺼내보고 싶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