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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손정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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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 살 때 처음 손정의를 만났다. 당시 아버지께서 “일본 재일 부자 손정의”라는 책을 권해주셨고 난 순식간에 그에게 빠져들었다. 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에겐 내게 없는 것들이 있었다. 첫 째로 용기와 배포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홀로 미국으로 떠날정도로 용감했다. 둘 째로 절실함이었다. 그에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삶의 사명이 있었고 죽을병도 그를 꺾지 못했다. 셋 째로 통찰과 결단력이었다. 그는 이것으로 그의 사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왠만한 인물들은 그래도 따라할 엄두가 났지만, 그는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읽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뭐 이런 사람이 다있어?”라는 말이 나왔고, 거리감이 느껴졌고, 날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최근에 다니기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니체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우연히 “손정의”가 나왔다. 우린 경외감에 가득차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손정의에 관한 모임을 따로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손정의에 관한 또 다른 책, “손정의 :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를 만난 것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느낀점은 손정의 처럼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이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된다. 손정의의 이야기를 생각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난 내 생각의 어디가 그와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손정의는 멀리 보았고, 남다르게 큰 뜻이 있었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세 가지 생각이 손정의와 나의 가장 큰 “다른 생각들”이었다.

손정의는 10년, 20년, 30년 후를 내다 보며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결코 눈 앞 몇 푼의 손익에 눈이 멀지 않는다. 그가 투자하는 기업은 10년 후에 성공한다. 그가 준비하는 사업은 최소 5년, 10년, 30년을 가는 아이템이다. 인터넷 기업을 세울 때에도, 야후 재팬을 인수할 때도, 아이폰을 들여올 때도, 알리바바에 투자할 때에도 그의 노련하고 장기적인 시각이 빛을 발했다. 그는 어떤 유혹이 와도 오래 가는 가치를 추구하려고 했다.

또한, 손정의에겐 자신을 넘어선 뜻이 있었다. 그래서 손정의는 10대에 미국으로 홀홀단신 떠날 수 있었고, 젊은 날 질병으로 인한 사형선고를 이겨낼 수 있었고, 철옹성 같은 대기업의 독점에 용기있게 맞서 이길 수 있었다. 그의 뜻은 질병도 대기업도 두려움도 꺾을 수 없는 생생하고 절실하고 커다란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한도 내의 최대의 꿈을 쫓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도”와 “최대”이다. 그의 꿈은 자신과 자신의 상황과 시대의 흐름 안에 있지, 따로 놀지 않았다. 즉,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꿈이 작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한도 내에서 최대의 방향을 정했다. 최대의 방향은 최대의 노력을 필요로 했고, 그는 최대로 노력을 했고, 최대의 노력은 그의 한도마저 늘려버렸다. 한도가 늘어가며 그의 꿈도 커져갔다. 그렇게 커져가던 꿈은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300년 앞까지 내다 보는, 소프트뱅크가 되었다. 그의 소프트뱅크와 “할 수 있다”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지난 주에 운전면허 시험 중 마지막 관문인 도로주행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 장내 코스에서는 갑작스러운 장애물이나 타운전자, 그리고 그들의 돌발행동이 발생하지 않아 습득한 대로 잘 할 수 있었지만, 장외도로에서는 훨씬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백짓장처럼 새하얘졌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난 스스로에게 리마인드해야 했다, 그것이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크런치 밟고 브레이크 밟아서 정지… 오르막길에서는 반크런치 상태에서 브레이크 떼고 엑셀 밟으면서 조금더 크런치를 놓아준다…” 멀리 보고, 큰 뜻을 갖고, 할수 있다 믿고, 최대로 노력하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현실의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함이 우리 머리를 백짓장처럼 하얗게 만들 때마다, 우린 스스로에게 리마인드 해주어야 한다, “멀리 보고, 큰 뜻을 갖고, 할 수 있다 믿고, 최대로 노력하라“고. 비록 중복되고 비슷한 말을 반복해 집중력을 조금 흐리지만, 손정의의 본질을 이루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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